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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신시장 못들어간다" 밤샘 버티기 들어간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

웹지기     입력 18.1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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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단전ㆍ단수 조치로 촛불에 의지한 채 영업 중인 노량진 구 수산시장의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신시장 통로 좁고 임대료 비싸”…장기투쟁 불사
-수협, “9일까지 신시장 입주의사 밝히는 게 해법”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전기 안 올리면 신(新) 시장도 장사 못 해!” “오늘 죽은 물고기들 시청ㆍ수협에 선물로 보냅시다!”

5일 수협 측의 단전ㆍ단수 조치에 반발한 노량진 구(舊)수산시장 상인들의 집회가 날을 새며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 구 수산시장 상인들은 전날 오후 신 시장 상인들과 몸싸움을 벌여가며 대치한 끝에 구시장 앞에 추위를 녹일 불을 지핀 채 밤샘 투쟁을 이어갔다. 구 시장 상인 중 10여명은 6일 오전까지 전날 집회를 했던 주차장 입구 인근에서 진을 친 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경찰의 세 차례에 걸친 자진해산 경고에도 수협이 단수ㆍ단전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수협은 전날 오전 9시께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를 끊었다. 수협은 지난 10월30일 공고문과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고지한 바 있지만 구 시장 상인들은 “정확한 날짜를 몰라 활어를 평소처럼 들여놨다”며 “수조 농도가 달라지면 고기 다 죽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 시장 상인들은 신시장 건물의 통로가 좁아 영업이 불편하고 임대료가 비싸 신시장 입주는 불가하다며 버티고 있다.

[5일 단전ㆍ단수 조치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여 한산한 노량진 구 수산시장의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이날 전기와 물기 끊긴 구 시장은 손님들마저 발길을 돌리며 휑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몇몇 상인들이 어둠을 피하려 밝힌 촛불만이 곳곳에서 빛을 냈다. 구 시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소란에 놀라 신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속속 목격됐다.

전날 집회 과정에서는 수시로 신ㆍ구 시장 상인들의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중재하는 험악한 상황도 연출됐다.

전날 구시장 상인들 50여명은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신시장으로 차량이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주차장 입구를 봉고차로 봉쇄했다. 오후 8시가 넘어가며 90여명으로 불어난 집회 인원 중 일부는 주차장 출구까지 봉쇄하러 이동하며 차량 진입을 방해했다. 상인들 일부가 신시장 북5문 앞으로 이동해 영업을 방해하면서 경찰과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충돌로 상인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전 밤샘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구 수산시장 상인들의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구 시장 상인들이 밤샘 투쟁도 불사하고 나섰지만 수협 측은 더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달 23일까지 실시한 명도집행이 네차례 모두 불법시장 상인과 노점상 연합회의 집단 폭력행위로 무산됐다”며 “그동안 가진 대화 자리만 60차례에 달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9일까지 신시장 입주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는만큼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시장 입주신청 기한까지 자진 입주하는 상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지켜본 후 추후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수협 측은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산시장에 근접한 유통마트 등을 입주시켜 시민불편도 줄이고 죽어가는 시장에 자연스레 발길도 늘리는 안을 기획했는데 모두 지연되고 있다”며 “구시장에서 적게는 임대료 34만원만 내던 상인들은 신시장에서 71만원을 내야하는 상황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의 임대료는 아니다. 지역 상생을 위한 큰 그림을 보고 협조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수협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7년 현대화 사업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후 2009년 상인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의한 사항을 구시장 상인 일부가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수협의 주장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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